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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될까…정부 연구용역 “사유·횟수 제한 폐지”경향신문

다른생각! 같은우리! 2021. 11. 12. 13:28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엿새 앞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허가를 받아 국내에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고용허가제를 바꿔야 한다는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도 변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인권 침해라고 비판해왔다.

경향신문이 9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첫 사업장에서 1년간은 변경할 수 없고, 1년 이후에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연구는 노동부가 의뢰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것이다.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가 퇴사, 이직 등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휴·폐업, 노동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 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기존 사업장에서 노동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법 제25조)하고 있다.

임금체불이 있더라도 월 임금의 30% 이상 금액을 2개월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않는 등 특정 요건에 맞아야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근로계약 해지 등의 경우에도 3년 내 3회를 초과해 변경할 수 없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주노동자가 일을 그만두면 재취업이 어렵고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일을 하러 한국에 온 것은 맞지만 정부가 이들이 일을 그만두거나 옮길 자유까지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동안 노동부는 고용허가제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됐고,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전제로 이주노동자에게 비자가 발급되는 것이라 사업장 변경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이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사업장 변경 제한이 노동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노동법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심화시킨다고 봤다. 부당하고 불리한 처우와 노동조건에 대해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소극적 방어수단은 일을 그만두는 것인데,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이 수단조차 빼앗겼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입국 및 취업이 일차적으로 국내 기업의 인력수급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을 해당 노동자가 수 년에 걸쳐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철저히 관철시키는 것”이라며 “노동자를 사용자와 국가를 위한 수단과 도구로 삼는다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유엔 자유권 규약·국제노동기구(ILO) 제143호 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 위배된다. 유엔의 인권기구들은 반복적으로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폐지를 권고했다. 특히 한국은 올해 ILO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협약을 비준해 내년 4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

연구진은 노동부의 허가 절차도 이주노동자의 취약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면 담당자는 반드시 사용자에게 변경 사유를 확인하도록 하고, 사용자와 노동자간 이견이 있으면 노동자에게 증빙자료를 제시하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2018년 고용허가제 중 제조업의 경우 전체 사업장 변경 건수 4만650건 중 근로계약 해지와 만료로 인한 변경은 86.3%나 됐지만 고용허가 취소 또는 제한, 부당한 처우와 상해로 인한 변경은 1%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자 동의 없이 부당한 처우 등을 홀로 입증해 사업장 변경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의미다.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엿새 앞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둔화되고 있으며, 2010~2017년 수치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2025년 확률이 17%까지 낮아진다는 예측도 나왔다. 사업장 변경은 노동 중단과 소득 감소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도 굳이 유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남용해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다만 연구진은 사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근무한 첫 사업장에서는 1년간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사용자 쪽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고용허가를 신청해 수 개월을 기다렸는데 이주노동자가 배정받자마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면 기업 입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 경우에도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 신청 권한을 부여하되 노사 공익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타당성을 판단해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정알선(자율 구직)은 브로커 개입 등 문제가 있다며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기피 업종·지역에 인력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근무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직률이 높은 사업장은 모니터링을 통해 정부가 문제를 파악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법도 나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 제한에 대한) 노사 의견이 많이 갈리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받아본 것”이라며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도 검토해보고,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은 “국책연구원에서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은 그만큼 이 제도의 폐해가 심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뒤늦게나마 이런 의견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노동부의 성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추진모임은 또 “노동부는 연구원 의견을 따라 사업장 변경 제한을 하루 빨리 철폐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보고서는 지정알선제와 입국 후 1년간 사업장 변경 제한이 유지되도록 했는데 이것 또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소지가 크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했다.

윤미향 의원은 “사업장 변경 제한은 국제 인권원칙에 반하는 만큼 개선돼야 한다”며 “한국은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 발효를 앞두고 있고, ILO 사무총장을 입후보시킨 국가로서 책임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여러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업장 변경 시 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를 정부 고시에 추가하는 실정”이라며 “누더기처럼 덧대는 방식으로는 근본적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취약함과 현장의 어려움을 보다 면밀히 살펴 법과 제도 개선이 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출처 : [단독]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될까…정부 연구용역 “사유·횟수 제한 폐지” : ZUM 뉴스

 

[단독]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될까…정부 연구용역 “사유·횟수 제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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