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따라 한국 온 중도입국 자녀들 "언어·문화 적응 어려워요"
대구로 입국 2017년 232명→2018년 270명→2019년 318명 증가 추세
대구 중도입국 자녀 지원책 시급…고학년일수록 교육 적응 어려워
방과 후 교실, 다문화센터는 '한국어 교육만…진로설계, 맞춤형 교육 필요
대구의 한 중도입국자녀 배움터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 제공
한국에서 재혼 후 돈을 벌고 있는 어머니를 따라 지난 2014년 베트남에서 입국한 중도입국 자녀인 A(19) 씨. A씨는 입국 후 바로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한국어를 아예 못하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부 친구들의 친절에 마음을 열고 학교생활을 적응하나 싶었지만 얼마 뒤 A씨는 충격을 받게 됐다.
어느 정도 한국어를 익히고 나니 그동안 친구들이 외래어, 신조어 등을 사용해 A씨를 오히려 비꼬고 다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화가 난 A씨는 친구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A씨에 대한 따돌림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씨는 "웃고 있는 얼굴을 하며 말을 건네길래 친절한 줄 알았다"며 "부모님이 속상해할까봐 말도 못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친구를 사귀어 털어놓는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한국 친구들과 친하지 않다"고 했다.
매년 대구로 들어오는 중도입국 자녀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어나 문화를 몰라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거나 교우 관계에서 배제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들이 도움을 받을 곳도 부족하다.
◆중도입국 자녀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로 입국하는 중도입국 자녀(통계에는 '귀화 및 외국국적 자녀'로 표시)는 지난 2017년 232명에서 2018년 270명, 2019년 31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중도입국 자녀는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부모의 재혼이나 취업으로 부모를 따라 입국한 국제결혼 가정 자녀나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를 일컫는다.
문제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문화 차이로 한국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린 자녀는 학교나 다문화지원센터 등에서 도움을 받아 그나마 적응이 쉽지만 고등학생이나 성인 등 나이가 많은 자녀는 대학입시에 맞춰진 공교육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진로 설계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베트남에서 온 B(19)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회계를 배우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 홀로 따라가기가 힘들다. 특히 아직까지 한국어도 완벽하게 할 줄 몰라 기초 수업이 필요하지만 수준별 맞춤형 수업은 없다"며 "학원을 찾았지만 가격도 비싸고, 자격증을 따는 데 맞춰진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다.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졸업 후 좋은 곳에 취직하기도 힘들 것 같다"고 한숨 지었다.
◆'한국어 교육'뿐인 다문화센터
이들을 위한 교육은 방과후교실이나 구별로 설치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 2~3회씩의 '한국어 교육'에 맞춰져 있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접하기엔 부족하다.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C(20) 씨는 "한국에 온 뒤 고등학교에 갔지만 친구들의 괴롭힘이 이어졌다. 일에 바쁜 부모님도 한국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며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제한적인 교육 프로그램 외에는 중도입국자녀들을 지원할 기관도 마땅히 없다보니 일부 비영리단체에서 손을 내밀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을위한 공감'은 지난 2020년부터 '라온학교'를 운영해 중도입국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은 물론 문화 활동, 진로 상담을 돕고 있다.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도입국 자녀들이 어디서 정보를 구해야 하는지 몰라 집에만 지내는 경우도 많다. 비대면 교육 때는 센터 문까지 닫으면서 중도입국 자녀들은 공교육에서 소외됐다"면서 "학교나 다문화센터 도움을 받아 검정고시 등 공부를 해도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는 빈약한 경우가 많다.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에 잘 정착하도록 진로 설계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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