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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을 분리‧구별하는 정책, 인종차별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어”-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다른생각! 같은우리! 2021. 3. 30. 16:33

이주민을 분리구별하는 정책인종차별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어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다가오는 321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아래와 같이 성명을 발표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과거 통행법(Pass Law)을 시행하여 유색인종이 지정된 구역을 벗어날 때 신상명세가 기록된 통행권을 소지하도록 하고, 백인이 통행권을 요구하면 반드시 제시하도록 했고, 1960321 이 법에 반대하여 평화적 집회를 하던 사람들에게 경찰이 발포를 하여 69명이 희생당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1966년 유엔은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고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321일을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였으며, 이 날은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서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천명하고 있는 인권의 기본원칙을 되새기고, 우리사회에 인종차별은 없는지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종차별은 단순히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 등에 국한되지 않고, 종교, 문화적 차이와 결부되어 복잡한 추세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인종차별은 혐오범죄로까지 번졌습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아시아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상 혐오댓글, 언어폭력, 서비스 거부, 침을 뱉는 등의 모욕적 행위, 폭행 등 범죄행위가 급증하고 있는 사실이 각종 통계와 사례연구를 통해 확인되었고, 최근에도 뉴욕에서 한 남성이 뚜렷한 이유가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쇼핑가를 방문한 83세 한국계 여성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하여 피해자가 기절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담당 지방검사는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 혐의를 두면서 ‘‘혐오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외되고 취약한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 할 수 있고, 우리 모두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심화된 인종차별에 대해 20204와 인권, 유엔 사무총장 정책 보고서>코로나바이러스는 차별하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차별적으로 발생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포용적이고 공평하면서 보편적인 대응을 전 세계에 요구하였습니다.

 

인권위가 20206<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공적마스크·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에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코로나19에 대해 이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이주민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20213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감염이 의심되는 사업장 내 밀접접촉자 또는 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만을 분리구별하여 진단검사를 강제로 받도록 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하였습니다.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근거는 감염병의심자에 대해 진단검사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42조 제2항 제3호로, 감염병의심자에 대해서는 동법 제2조 제15조의2호에서 접촉, 검역법상 관리지역 체류경유, 병원체 노출 등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으로만 정의하고 있습니다.

 

2018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대해 ‘‘유효한 허가 없이 당사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지칭하기 위해 공식 문서에서 사용되는 불법 체류자와 같은 비하적인 용어들은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악화시킨다‘‘면서 그 사용을 철폐할 것을 권고하였음에도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명령서는 불법고용 외국인, 불법체류 외국인 등을 반복하여 명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외국인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한 감염병의심자 불법을 행한 범죄자로 연관되어 인식되면서, 관련 뉴스에 외국인에 대한 혐오댓글이 달리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외국인들은 관련 행정명령이 혐오와 인종차별처럼 느껴진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인권위는 신속하게 차별과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자 합니다.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 및 연대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주민을 의사소통 통로에 적극 포함시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이주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 차별적인 관념과 태도가 생산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 우리사회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이주민과 함께하는 폭넓은 사회적 연대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가오는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을 맞이하여 우리사회가 차별과 혐오를 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평화로운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2021. 3. 19.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